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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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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링 / @umchuchis

   아나킨!

   ‘나도 분명 소리쳤던 것 같은데…….’ 함께 했던 이의 목소리만이 선명히 들려왔다. 그만큼 내 이름을 절절히 부르는 것일까. 오작동 되는 경고음이 울리던가, 적어도 폭발음은 분명히 들려와야만 했는데도, 오직 그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추락하는 일이 이제는 익숙해질 만한데, 여전히도 끔찍했다. 임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건 불공평했다. 까무룩 정신을 잃기 전까지, 어쨌든 이번에도 죽지 않겠지만……이라고 불평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몇 번이고 겪은 그대로 곁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그 옆으로는 익숙한 그가 앉아 있었다. 제다이 마스터란 언제 어디서나 저렇게 평온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걸까? 사위가 어둡다. 밤인 걸까. 오직 모닥불과 ‘그’만이 따듯한 색을 가졌다.

 

 

   “밤이 아니란다, 아나킨.”

 

   깜짝 놀라 누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놀랐니?”

 

 

   오비완은 평화롭게 말했다. 모닥불에서 튀어 오르는 자잘한 불꽃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고 열기가 그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나와 동떨어진 곳에 있다는 듯.

 

 

   “우린 해야 할 일이 있어. 일어날 시간이야.”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바닥에 깔고 앉은 로브를 탈탈 털어 어깨에 걸쳤다. 그동안 그의 붉은 빛 도는 가죽 부츠가 모닥불 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서둘러야겠구나. 곧 정말 밤이 될 거야.”

 

*

 

   그 후로 오비완은 다른 말이 없었다. 그는 옅은 불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나무 조각 하나를 든 채 거침없이 걸었다. 라이트세이버를 들면 안 돼요? 그건 너무 눈에 띌 거란다. 원시적인 불꽃에 기대어 우리는 걸었다. 타고 온 비행선이 어디로 추락했는지 제다이 사원과 연락이 닿았는지 같이 중요한 것들, 정말 중요한 것들에 대해선 일말의 언급도 없었다. 지금이 밤이 아니라고만, 그는 말했다. 다른 질문을 해야 하나? 그러나 그저 뒤를 따르기로 한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지만 어쩐지 오싹한 느낌이 들어 로브를 여미었다. 걷다 보니 발이 조금씩 아래로 꺼지는 것만 같았다. 실눈을 뜨고 발밑을 자세히 보고 나서야 모든 땅을 덮고 있는 이끼가 보였다. 어둠 속에서는 몰랐는데 오비완이 들고 있는 모닥불의 빛이 닿는 곳이 전부 짙은 녹색이었다. 이름 모를 이끼 식물은 푹신했다. 이끼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있는 것일까. 이끼를 밟으며 계속 걸었다. 아주 어두웠기에 발이 닿는 길 정도만이 보일 뿐, 먼 곳은 보이지 않았다. 하늘로 눈을 돌려보았고, 단지 흐릿한 두어 개의 별만 그리 선명하지도 않게 떠 있었다. 그런데 햇빛은?

 

 

   “밤이,” 한참 입을 다물고 있던 탓에 목이 멨다.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밤이, 아니라고요?”

 

   “그래.” 오비완은 앞서 걸으며 대답했다.

 

   “밤이 아닌데 왜 이렇게 어두워요?”

   “행성의 반은 밝고 반은 어둡다고, 내가 출발 전에 말했을 텐데?”

   입을 꾹 닫았다. 오비완이 읽으라고 넘겨준 데이터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할 말을 잃어 축축한 바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걷고 걸었는데 여전히 어둠 속이었다. 묵묵히 걸어갈 뿐인 오비완과 대화를 이어갈 순 없을 것 같았다. 그가 말했던, 우리가 해야 하는 임무가 무엇인지 기억해냈다. 행성 지형 파악과 생명체 존재 여부. 지루할 게 뻔한 임무라고 생각해서 마스터가 준 자료도 제대로 보지 않았었는데, 우리는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는 걸까?

 

   “추락은 왜 일어난 거죠?”

 

   “대기에 정체 모를 기체층이 있더구나.” 오비완은 고개를 조금 돌려 나를 확인하고 다시 걸었다. “그 때문에 비행선이 가열됐던 거지. 완전히 파괴됐고 우리도 겨우 살아난 거란다, 아나킨.”

 

 

   그렇군요, 라고 대답할 수 없어 그저 걸었다. 겨우 살아남았다고요? 그게 무엇을 뜻하는 건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지형은 푹신하고 축축한데 공기는 버석했다. 이곳은 이상한 행성이 틀림없었다.

 

 

   “사원에는 연락하셨죠?” 대답이 뻔할 걸 알면서도 질문했다.

 

 

   오비완은 대답이 없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걸어야 하는지 모를 만큼 우리는 말 없이 걸었다. 그의 모닥불은 결코 꺼지지 않았는데, 아마 그의 온화한 포스가 불꽃을 꺼뜨리지 않는 것이리라. 그 점 때문에 그를 뒤따르기만 할 수 있었다.

*

   “밝은 곳에 가고 싶어요.”

 

   “뭐라고 했니, 아나킨.”

 

   “밝은 곳이요. 여기에 있다간 햇빛이 부족해서 죽을지도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그저 그가 대답해주길 바라며 지어낸 말이었다. 이런 얘기를 할 때만 언제나 말수 적은 그가 곧잘 대답했다. 죽겠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엄살에 그는 항상 혼을 냈고 다음은 보듬어줬다.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어른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게 싫지 않았으니, 나는 투정을 부린 것이었다.

   “정말로 내가 준 자료를 읽지 않은 모양이군.”

 

   “네?”

 

   “반대편엔 해가 있지, 대신 사막도 있단다.” 그는 아까와 같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눈이 잠시 마주쳤는데, 그 눈동자는 붉은 불꽃을 머금고도 파랗기만 했다.

 

 

   사막이란 말이 뒤늦게 이해가 되었다. 항상 하곤 했던 말이, 저는 사막이 싫어요, 라는 투정뿐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우리는 어느새 완전히 밤이 되어버린 이끼 길을 계속 걸었다. 완전히 밤이 되었다는 사실은 하늘을 보고 알았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별들은 숨죽인 채 하늘로 떠올랐고, 다시 하늘을 뜻 없이 바라보았을 때 하늘은 이미 별에 점령당한 후였다. 우리가 걸어온 만큼 길고 긴 은하수였다. 흰색도 노란색도 푸른색도 있었다. 보랏빛 나는 별도 있었고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별도 있었다. 잿빛 배경에 인공적인 불빛만 번쩍이던 코러산트의 하늘과 달랐다. 또한 태양이 두 개였기에 밤이 더 칠흑 같던 타투인의 하늘과도 달랐다. 이것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받은 보상이라고 할 만했다.

 

   오비완은 여전히 우리가 안전히 돌아갈 수 있으리란 보장을 해주지 않았다. 다만 우리에겐 할 일이 있고 우리는 제다이며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것까지만 말할 뿐이었다. 오비완은 지치지도 않는지 걷는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았다. 이 정도쯤이야 쉽게 따를 수 있었지만 싫증이 나를 점점 지치게 했다.

 

 

   “마스터.”

 

   “왜 그러니, 아나킨.”

 

   “지겹지 않으세요?”

 

   “뭐가 말이냐? 우린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아무것도 안 한 게 지겨워요, 전.”

 

 

   두어 발자국 앞서 걷던 오비완이 뒤를 돈다. 한참 전에 잠시 힐끗거리듯 바라본 것과 달리 완전히 몸을 돌려서. 자연스럽게 걸음도 멈췄다. 나는 그에게로 두어 걸음 더 다가갔다. 어느새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그의 파란 눈을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았다. 언제나 나보다 클 줄 알았던 스승은 이제 나와 같은 위치의 사람이었다. 나는 그 점을 왜 이제야 깨닫게 되었나, 후회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우리는 여기에 놀러 온 게 아니잖니.”

   “그렇긴 한데, 왜 오늘따라 말이 적으세요?”

   “놀러 온 게 아니니까.”

   “걷기만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말이 짧구나, 나의 파다완아.”

 

   그는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꽃을 들고 있다. 바로 앞에 선 그가 어쩐지 뿌옇게만 보여 불꽃의 열기 때문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눈치채지 못할 만큼 얇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실낱같이 얇은 비가 눈썹을 적셔서 어쩐지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걸었던 만큼 오랫동안 그러고 싶었다.

   “우리는 괜찮을 거란다, 아나킨.”

 

   “알고 있어요. 우리는 언제나 그랬죠. 제가 정식 제다이도 못 되고 죽을까 봐요?”

 

 

   그는 나를 보고 웃었다. 그의 단발머리가 그의 뺨을 가리고 턱수염마저도 그의 피부를 가렸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쯤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내가 그 웃음을 알아보지 못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자주, 꽤 자주 웃곤 했으니까. 그런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나 떠올린 문장을 다시금 떠올렸다.

 

   무슨 생각을 하실까, 무슨 생각을 하실까. 나는 같은 생각을 굳이 두 번, 똑같이 떠올렸다. 불꽃은 옅은 빗속에서 여전히 우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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