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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ght night.  >

 

​ㅣ

by. 딛투 / @R2d2210 

 

 

 

   아나킨이 그의 스승과 동침하게 된 이유는 어린 마음을 두려워 떨게 하는 천둥 탓도 아니었을뿐더러 악몽이 그의 잠을 방해하는 탓 또한 아니었다. 늦은 밤 창밖을 가로지르는 포드 소리가 드문드문해질 즘이면 가벼운 잠옷 차림 그대로 고요한 쇠길 복도를 한발씩 내디뎠다. 쿼터 문 앞 알림 버튼을 누를 수 있으나 똑, 똑, 똑, 문을 세 번 두드리는 신호가 그것을 대신하였다. 잠이 내려앉아 흐린 눈으로 오늘은 또 무슨 일이니?라고 할 것이다.

   “아나킨. 오늘은 또 무슨 일인 거니?”

   그 말에 대답 없이 고개를 가로로 저으면 작은 한숨이 이어지고 아나킨은 비로소 그의 침실 안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한동안 놓여있던 간이침대가 이젠 보이지 않는다. 둬봤자 안 그래도 좁은 공간만 차지할 뿐 사용하는 이가 없으니 치워버린 것이겠지.

   한참 전에 한번 누워봤지만 끼익 대고 불편하고. 아무튼 그거 진짜 별로였어. 흐트러진 시트 위로 털썩 앉는 스승을 따라 침대 위로 기어올랐다. 그보다 먼저 머리를 대어 눕자 바람처럼 터지는 실소가 들려왔으며 그제야 아나킨도 작게 웃어 보일 수 있었다.

   “한동안 뜸하더니 이것도 오랜만이구나.”

   세 뼘쯤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평소보단 낮았고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여태 잠들어있었으면 목이 칼칼할 법도 한데 이쯤 되면 그가 과연 잠에 들었던 것일까 의문이 든다. 혹여 날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아니면 역시 말주변에 능한 탓인가, 어쩌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 제 감각을 곤두서게 한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그리웠어요?”

   “그사이에 더 컸다고 침대가 좁구나.”

   매트가 작게 기울어지며 그가 눕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 앞으론 '정말' 오지 말거라 라며 덤덤히 이어지는 말은 제법 따끔하여 나이에 어울리는 반항심이 솟았다. 피로와 동시에 약간의 분함이 밀려왔다.

   “마스터도 참, ”

   늘 제 예상을 벗어나신다니까요. 툴툴거리며 오비완을 따라 몸을 모로 눕힌 아나킨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는 스승의 눈동자가 자신을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눈을 내려감은 것은 이번에도 오비완이 먼저였다.

   “네가 자꾸 잠을 방해하면 내가 힘들지 않겠니.”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대화 또한 끝을 맺기로 한 것인지 입을 다물었다. 고른 숨과 내려앉은 눈꺼풀로 잠든 모습을 흉내 내기 시작하면 둘의 대화는 보통 여기에서 끝이 났다. 아나킨은 이 묘한 순간이 좋았다. 아나킨이 찾아오고 오비완은 문을 열고. 아나킨이 질문을 건네면 오비완이 끝을 맺는 한밤중의 대화 말이다. 자각하기 이전부터 갖게 된 습관은 그렇게 일과가 되었다. 아나킨이 어렸던 시절부터 그들은 이렇게 종종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지난밤 무슨 대화를 나누었더라? 한 번은 그런 질문을 던진 적도 있으나 기억할 때도 있고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잠들기 직전의 상황을 기억하는 건 대개 불가능에 가까운 법이다. 그나마 기억하더라도 별거 아닌 경우가 다수였다. 임무에 관해 이야길 나눌 때도 있었고 온갖 시답지 않은 소릴 할 때도 있었다.

   때론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저 잠들곤 하였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뻔한 날. 누군가의 피로를 늘어지는 하품으로 건네받아 잠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둘의 동침이란 서로를 돕는 행동의 연장선. 좋게 말하자면 그런 비슷한 것이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본능적인 긴장감이 흘렀다. 둘이 함께하는 순간이란 대개 임무와 구출, 전투가 다수였으니 몸이 이 사람을 알고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편히 쉬려 누웠음에도 도리어 몸이 뻐근해진다. 목을 간질이는 브레이드가 오늘따라 거추장스럽다. 그럼에도 이런 일과가 오늘도 여전한 건… 등을 맞대는 대신 이마를 마주한다는 게 조금 다르기 때문이려나.

   게다가 아나킨은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았다. 문제라면 문제였다. 잠이 오지 않을뿐더러 이 대화를 끝내고픈 마음도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규칙적으로 오르락거리는 스승의 어깨를 바라보다 등을 움직여 앞으로 다가갔다. 코가 마주할 듯 서로의 숨이 닿으니 닫힌 눈두덩 아래로 도륵 굴러가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게 그렇게 우스웠지만 조용히 입술을 비죽여 웃음을 참았다.

   잘 묶인 파다완 브레이드를 검지와 엄지 그리고 중지로 습관처럼 굴리며 스승의 얼굴을 구경하는 것도 잠시, 머리칼 끝으로 그의 볼을 간지럽히니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이번에는 웃음이 터지는 걸 참지 못했다.

   “자는 사람에게 예의 없이 장난을 칠 생각이라면 네 쿼터로 돌아가거라.”

   “옆에 사람을 두고 자는 척을 하는 건 예의고요?”

   분한 얼굴로 입을 벙긋거리는 오비완의 모습은 참 낯설다. 충분히 반박할만한 언변과 머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말이다. 그런 스승이 이렇게,

   “…….막 잠들려던 참이었단 말이다.”

   라는 궁색한 변명까지 하는 경우엔 특히 더. 휙 돌아 누워버리는 등을 보며 아나킨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래도 마주 볼 때가 좋았는데. 아쉽고 약간 후회스러웠다.

   “그러지 말고 마스터. 저 고민 있단 말이에요.”

   어쩐지 조급해져 없는 고민을 토로해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흘끔 흘겨보며 다시 제 쪽으로 돌아눕는 스승의 모습에 아나킨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머릴 굴려야 했다.

   “저… 지금보단 더 클 수 있겠지요?”

   영양가 없는 질문에 기가 찬 모습이었으나 그나마 분위기는 좀 전보단 나았다. 물론 쓸데없는 고민을 하느라 배가 불렀다는 말을 듣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하긴, 스승님에게 질문할만한 주제는 아니었겠네요. 이 정도까지만 잘… 자라신 걸 보니 제게 별다른 조언을 주실만 한 것 같지도 않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스승의 무릎이 굽혀지며 제자의 허벅지를 제법 아프게 건드리자 아야, 반응하는가 싶더니 이번엔 제자의 손끝이 스승의 옆구리를 찔렀다. 혼이 나야겠구나. 전부 사실인데 제가 뭘요? 사나워진 눈매에 비해 둘 모두 입꼬리가 흐물해졌다. 유치한 장난이 그렇게 한동안 이어졌다.

 

   그만하자, 그만해. 정말 자야 한다니까? 쉽게 들을 수 없는 제다이의 항복 선언과 동시에 모로 누운 스승의 다리 위로 제자의 다리가 제법 묵직하게 겹쳐졌다. 동그래진 눈이 잠시 갈 곳 없이 주변을 헤매다 어설프게 시선이 떨어지고 이내 허허 웃었다.

   이마가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서 아나킨은 잡다한 이야길 두런두런 늘어놓았다. 몸이 들썩일 때마다 서로의 배와 가슴이 슬쩍 닿고 멀어졌다. 베갯잇 위로 흐트러진 스승의 머리칼을 제멋대로 조물거리기 시작한다. 큼직한 손이 이마 위를 스칠 땐 반사적으로 움찔해버려 오비완은 어쩐지 진 기분이 들었다. 어린 투정이 한동안 이어졌지만 스승의 시선은 쉽게 위로 향할 줄을 몰랐다. 겹쳐진 다리가 종아리 위를 느릿하게 문지르는 움직임에 방금 전 들은 사담조차 무엇이었는지 오비완은 알 수 없게 되었다. 거리낌 없이 응석을 부리는 행동에 비해 제자의 목소리는 웅얼웅얼 힘을 잃어간다. 마른침을 삼키는 오비완에 비해 아나킨의 눈꼬리는 나른하게 풀리며 슬슬 잠에 빠져드는 듯했다.

   무겁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잠들어버린 아이인지라 오비완은 골치 아픈 얼굴로 눈썹 사이를 구겼다. 장성하였으나 여전히 어린 아이. 목구멍 아래로 고뇌를 감추었다. 숨을 죽여야 하는 순간이다. 결국 그대로 잠들기로 결정하였다.

   습관처럼 브레이드를 손끝에 굴리자 손 가는 대로 움직이며 잠옷 위에 사락대었다. 스승이 직접 달아준 비즈와 얇은 끈이 중간중간 손에 닿고 멀어졌다. 제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으나 어쩌면 무겁게 발길을 잡는 족쇄 같은 것이다. 오늘따라 더욱 귀찮게 느껴졌다. 이 조바심에 대해 당신이 뭘 알기나 할까 싶어 입안이 썼다. 감긴 눈은 열릴 줄 몰랐으나 그건 이제 딱히 아쉽지 않았다.

잘 자네. 소리 없이 입안에서 혀를 굴리니 목이 탔다.

 

   이번에야말로 깊게 잠든 스승을 품 안에 가두며 아나킨 역시 어두운 잠 속으로 빠져들 준비를 하였다. 턱밑에서 색색 들려오는 숨소리에 둥그런 이마 위로 낙인 같은 입맞춤을 깊게 눌렀다. 한참 후에 입술을 떼어보았으나 아무런 자국도 남지 않았으며 아나킨은 그게 언제나 불만이었다. 그를 따라 잠들어야 할 시간이다. 스승의 뒤를 따라나서는 건 가장 잘하고 즐기는 것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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