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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want to hold your hand  >

 

​ㅣ

by. 레딤파 / @wonderwall_ABC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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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오비완 케노비가 처음 만났다. 타투인의 당돌한 노예 소년과 제다이 사원에서 나고 자란 파다완의 만남이었다. 아나킨은 오비완이 내민 손을 꼭 맞잡고 흔들며 인사를 했다. 오비완 역시 아이와 시선을 맞춰 한쪽 무릎을 꿇어주었고, 힘주어 흔드는 손에 함께 어울렸다. 아이답지 않게 강한 아귀힘에 잠시 놀랐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대신 빙긋 웃어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쩐지 오래도록 연결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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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살 생일을 막 지낸 아나킨은 무언가 버리는 일을 어려워했다. 그것의 값어치와 전혀 상관없이, 한번 수중에 들어온 것을 놓을 줄 몰랐다. 드로이드를 수리하며 남은 쇠붙이부터, 알투를 손보고 동이 난 오일병까지 지나치게 사소한 물건들까지 모두 모아두곤 하였다. 그것들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아끼는 것은 아니었으나 미처 놓질 못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길 일수였다. 이는 아이가 살아온 환경의 영향 탓이라, 오비완은 생각했다. 노예로서 살아온 평생, 제 것으로 온전히 소유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빼앗기고 착취당한 어린 삶의 버릇을 지금 와 쉬이 버리기 어려울 테였다.

   오비완은 그런 아나킨과 눈을 맞추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시선을 피하는 푸른 눈이 데굴데굴 구르며 작은 손을 뒤로 숨긴다. 귓불에 겨우 닿는 짤막한 파다완 브레이드는 오비완의 마음을 깃털처럼 간질이곤 했다. 정말 어린 나이다. 오비완은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다 삐죽한 브레이드 끝을 살짝 매만지고, 뒤로 감춘 아나킨의 손을 끌어와 몽땅한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주었다. 저항 없이 열린 작은 손바닥 위엔 얼마 전 오비완이 먹여준 노란색 사탕 껍질이 쪽지처럼 접혀 있었다. 아나킨이 입술을 안으로 말며 우물거렸다. 아이의 손바닥 위로 젊은 스승의 손이 겹쳐지고 입꼬리가 양쪽으로 매끄럽게 올라갔다. 그린듯한 미소로 아나킨을 다정히 바라보았다.

   “하나 더 먹고 싶니?”

 

   아나킨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미심쩍은 눈빛으로 오비완을 살피다 작은 머리를 느릿하게 주억거렸다. 치부를 들켜 부끄러운 듯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오비완은 아이의 따뜻하고 말랑한 손을 꼭 잡아주며 사탕을 가지러 가자며 함께 몸을 일으켰다. 아나킨은 무엇이 그리 기쁜지 발로 박자를 타며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 그러는 동안 오비완은 자연스레 아이의 손에 들린 사탕 껍질을 제 주머니 안으로 옮겨 넣었다. 작은 것 하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은 비단 아이의 탓이 아닐 것이다. 그저, 짧은 생애 동안 무언가 가져본 적 없는 터라 서투르게 집착하고 애착할 뿐이다. 가르치면 될 일이었다. 마음을 다스리고 포스를 받아들이면 언젠가 절제를 배우고 집착을 멀리하는 훌륭한 제다이로 성장하겠지. 오비완은 주머니 속, 곱게 접힌 미련을 매만지며 아나킨을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기를 빌고 또 빌었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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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비완!”

   갈라지는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젖은 손이 미끄러지며 추락하는 사이, 오비완은 몽롱한 정신으로 저를 향해 망설임 없이 뛰어내리는 제자를 보았다. 깜빡이는 의식이 자꾸만 시야를 흐릿하게 만든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제자의 귓가에 기다란 브레이드가 바람을 타고 펄럭거렸다. 문득 아나킨의 브레이드가 지금보다 짧고 두 볼이 통통하던 시절이 떠오르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사탕 껍질 하나 버리지 못하고 아등바등 감추려 하던 그 작은 소년이 지금의 아나킨과 겹쳐졌다. 고집스럽게 쫓아오는 아나킨의 눈동자가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필사적으로 뻗어오는 손이 오비완을 향했다. 아이의 애타는 저 손을, 이토록 놓지 못하는 저 손을 어디서 보았던가. 부유하는 기억들이 조각처럼 맞추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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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릴줄도 알아야 한단다. 아나킨.”

   이렇게 말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고통 어린 오비완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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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킨의 브레이드가 어깨 밑을 달랑이던 시절이었다. 애지중지 기르던 머리칼은 어느새 쇄골에 닿아 제법 그럴싸하게 땋을 수 있게 됐다. 아나킨의 저돌적인 공격성은 브레이드를 기르는 것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아나킨은 한올 한올 남김없이 땋아낸 머리를 자랑스레 뽐내었다. 섣부른 행동으로 잘려 나간 머리칼만 모아도 저것보다 한참 더 길었을 텐데. 오비완은 머리카락이 잘릴 때마다 세상이 무너진 듯 울상을 짓던 아나킨이 떠올라 작게 웃었다.

 

   소파에 앉아 지난 미션의 보고서를 작성하던 오비완은 문득 정신없이 뛰쳐나간 아나킨을 떠올렸다. 또래 파다완들과 대련 약속을 했던 아나킨은 새벽까지 깨어있는가 싶더니 결국 옷매무새도 제대로 정돈하지 못하고 달려 나갔다. 분명 방은 더 난장판일 것이 뻔해 오비완은 간단히 정리만 해줄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발에 채는 물건이 빙그르르 몇 바퀴를 돌았다. 때가 잔뜩 묻은 오일병이 이었다. 알투디투를 손보고 닦아주거나, 기계 부품들을 수리할 때 쓰는 오일. 어젯밤 늦게까지 부스럭댄다 싶더니… 역시나 치우지 않고 나간 모양이다. 오비완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방을 훑어보고 허리를 통통 두드렸다.

 

   “언제쯤 철이 들라누…”

 

   부러 늙은이 같은 말투를 쓰며 한탄을 했다. 눈에 띄는 것들만 대강 치워주려고 오비완은 이리저리 오가며 청소를 시작했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로브 몇 벌(분명 세탁실로 내려보내라 언질을 줬건만, 아직도 여기 있다니!), 배급을 다시 받아야 할 부츠까지. 오비완은 쉼 없이 허리를 숙여가며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했다. 나동그라진 오일병들도 거진 네다섯 개는 넘어 보였다. 그것들을 줍다 침대 아래까지 손을 뻗었고, 무언가 손끝에 닿았다. 처음엔 아나킨이 옷가지들을 모아놓은 것인가 싶었지만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어 홀린 듯 상자를 열고 말았다. 제자의 사생활일지도 모르는 것, 미약한 죄책감이 심장을 콕콕 찔렸다. 내게 이럴 권한이 있는가? 머리가 굵어진 소년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는 건…. 하지만 이미 열어본 뒤였고, 오비완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철제로 된 상자 안은 빽빽이 들어찬 공병들과 한눈에 보아도 엇나간 볼트, 너트 같은 폐기물들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오비완은 땀이 맺힌 콧잔등을 긁적이며 아나킨의 게으름을 타박했다. 요 녀석이 분리수거만 하고 치우질 않았구나! 이걸 그나마 잘했다고 해야 할지, 못했다고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허탈이 웃어버렸다. 아나킨이 돌아오면 한마디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비완은 상자째로 번쩍 들어 직접 폐기물 수거실까지 운반해두었다.

 

   노을이 길게 깔려 쿼터를 물들일 때가 돼서야 땀으로 흠뻑 젖은 아나킨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페루스의 오만한 콧대를 꺾어주었다며 다소 과장된 허풍을 치며 깔깔 웃는다. 일단 씻으라는 오비완의 타박을 듣고서야 아나킨은 어기적어기적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나킨의 침실 문이 느릿하게 열리며 소년이 상기된 얼굴만 쏙 내밀어왔다. 여전히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던 오비완은 눈썹을 으쓱였다.

 

   “무슨 일 있니?” 대수롭지 않게 묻자 아나킨이 어물어물 브레이드 꼬며

 

   “…혹시 제 방에 들어오셨어요?”

 

   물어오는 것이다. 오비완은 옳다구나! 싶은 기분이었다. 이번 기회에 아나킨의 버릇이 고쳐질지도 몰라 조금 엄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조금 치웠단다. 말없이 방에 들어간 것은 내 잘못이지만 아나킨, 방의 상태를 보니 너무 심하더구나. 휴식하는 공간이 청결해야 건강에도 좋고, 정신을 집중하기도 좋지 않겠니? 버려야 되는 것들을 너무 쌓아두기만 하는 건 좋지 않단다.”

 

   오비완의 대답에 아나킨은 어쩐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고, 애꿎은 살덩이를 꾹꾹 깨물다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럼… 혹시… 침대 밑에 있던 상자 버리신 거예요?”

 

   힘들게 꺼낸 질문이 이것이라니… 오비완은 아나킨의 심중을 헤아리려 눈을 가늘게 떴다. 이번엔 대답 대신 차분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아나킨은 스승의 반응에 숨을 크게 들이켰다. 커다란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더니 젖어 드는 눈가를 애써 숨기려 들었다. 아나킨은 말을 더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오비완은 직감했다. 버리려던 게 아니라 모아둔 것이구나. 복잡한 감정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당장 설교를 하여 쓸데없는 집착을 다시 한번 짚어주어야 할지, 모른 척 넘어가 아나킨이 스스로 깨우치길 기다려야 할지 짧은 찰나에 고민하였다. 결국 오비완은 전자를 택했다. 더도, 덜도 없이 그저 단 한마디만 해주었다.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단다. 아나킨.”

 

   그리고 아나킨은 몹시 억울한 눈으로 오비완을 원망스레 노려보다 쿼터 밖으로 아예 나가버렸다. 고집스러운 입매가 축 처지는 것이 스치듯 보였다. 오비완은 사라진 아나킨의 뒷모습을 쫓다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바닥으로 덮었다가 어느새 어두워진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바람이라도 쐐야 할 성싶었다.

 

   아나킨에 대해 고민하던 오비완은 제다이 사원을 정처 없이 거닐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였다. 남색으로 물든 캄캄한 하늘엔 오비완의 고민만큼이나 많은 별이 수놓아져 있었다. 근심들은 해결되지 못하고 구름처럼 가려질 뿐이다. 오비완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자신의 잘못인지 자책하였다. 하지만… 아나킨의 어릴 적부터 가졌던 사사로운 것들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 오비완의 번뇌를 더욱 증가시킬 뿐이다. 아이였을 때는 금방 고쳐질 버릇이라 생각했는데…나의 가르침이 모자라 아나킨을 이리 만든 게 아닐까?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이 오비완의 걸음이 멈춰 섰다. 다시금 두통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내가 대체 왜 여기로 온 것인가. 우두커니 서 반짝이는 패널을 지켜보았다. '폐품수거실' 제다이 사원 내 꽤 깊숙한 장소에 있는 이곳까지 어찌하여 오게 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오비완는 생각에 잠겨 여기까지 오게 된 자신을 탓하던 중 우연히 보고 말았다. 재활용 레일 밑에 놓인 철제 상자. 오비완이 낮에 두고 간 바로 그 자리에 얌전히 놓여있던 것이다. 아마 일이 밀려 담당 드로이드가 아직 처리하지 못한 것일 테다. 오비완은 망설였다. 하필이면 이곳으로 향한 걸음과 때마침 폐기가 안 된 상자, 그리고… 우울하게 일그러진 아나킨의 눈동자가 연신 겹쳐진다. 오비완은 신경질적으로 입 주변을 매만지다 결국 상자 속 병 하나를 집어 들고 말았다.

 

   취침 시간이 다가올 때쯤 쿼터의 문이 열렸다. 그보다 먼저 돌아와 있던 오비완은 말없이 아나킨을 맞아주었고, 아나킨 역시 목례를 하곤 방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아나킨이 불쑥 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저어…. 말끝을 늘이며 침을 꼴깍이는 아나킨에게 눈을 맞춰주자 머쓱한 듯 볼을 긁적인다.

 

   “…감사해요…”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겨우 빠져나왔다. 오비완은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그저 -씻고 일찍 자렴. 피곤했겠구나. 하였다. 아나킨의 뺨 위로 천진난만한 미소가 피었다. 마치 어린아이의 재잘거림 마냥 순순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짧게 -네! 하고 대답하는 음성이 발랄하기 짝이 없었다. 오비완은 피곤한 눈가를 문질렀다. 닫힌 문 너머 아나킨이 어찌나 밝게 웃고 있을지 상상이 되어 내심 기뻤으나, 동시에 걱정이 되었다.

 

   오비완은 버려진 상자에서 가장 깨끗해 보이는 오일병 하나를 다시 가져왔고, 몇 번 고민하다 아나킨의 침대 옆 협탁 위에 그것을 올려두었다. 예상대로 아나킨은 무척 반색하였다. 하지만 옳은 선택이란 확신은 들지 않았다. 단순한 수집 욕구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취미를 가지고 있으니 아나킨 역시 그러한 일의 연장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비완의 직감이 말해주는 듯했다. 그것은 다르다고. 오비완은 제 손에 남겨진 공병의 촉감에서 불길하게 흔들리는 포스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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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비완은 절벽을 오르던 중 분리주의자들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아둔한 실수였으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뻔한 것이다. 하필 정확히 머리를 맞아, 땀으로 젖은 손에서 힘이 쭉 빠져 미끄러졌다. 돌부리 하나 움켜쥐지 못하고 오비완은 크게 휘청이며 그대로 추락했다. 아나킨은 그런 오비완을 찢어지라 부르며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오비완은 의식을 잃기 직전, 제게 손을 뻗어오는 아나킨을 보며 어쩐지 그날의 일이 떠올렸다. 폐품에 불과한 작은 병 하나로, 나는 어떤 식으로든 아나킨에게 허락하고 만 것이 아닐까. 까무룩 검어지는 시야에도 오비완은 죄책감만 느낄 뿐이다.

 

   몽롱한 정신에 빛이 들었다. 오비완은 묵직한 통증에 앓는 소리를 내었고, 뺨에 찬 손이 닿았다.

 

   “오비완, 정신이 들어요?”

 

   아나킨이구나. 안심되어 긴장이 훅 풀렸다. 뿌얀 눈꺼풀을 깜빡이자 그제야 제자의 창백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따끔거리는 뒤통수의 감각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되새기기에 충분했다. 오비완의 미간이 일그러지자 아나킨이 다급한 손놀림으로 스승의 목 부근을 받쳐주었다.

 

   “아직 박타 흡수가 덜 되었어요. 조금만 더 누워있어야 해요. 피가 많이 났다고요”

 

   어물거리는 말투는 근심이 가득했다. 오비완은 얼마나 기절해 있던 건지 가늠해보다 불현듯 아나킨이 한 행동이 떠올랐다. 그제야 무엇이 잘못된 건지 뼈아프게 느껴졌다. 오비완은 제 머리를 조심스럽게 다시 눕히는 아나킨의 단단한 손목을 쥐었다. 하루가 다르게 길어지고, 뼈대가 굵어져 가는 소년은 이제 꽤 어른스러운 골격을 지니고 있었다. 열 살배기 소년이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성인이 되기까지 몇 해 남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아이 같은 성질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망설이던 입술을 떼어 아나킨에게 단호히 말했다. 까칠한 목울대가 따가워 쉰 소리가 나왔다.

 

   “…아나킨, 너는 놓는 법을 배워야 한단다.”

 

   스승의 탁한 음성에 아나킨의 행동이 움찔 멈추었으나 자연스레 피하는 시선엔 답이 없었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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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르자 사소한 물건들을 모아두는 아나킨의 버릇은 많이 사라졌다. 쓰고 남은 폐품들은 꼬박꼬박 수거실로 보내고, 정리정돈을 곧잘 하였다. 바르게 개켜진 튜닉과 주름 없이 걸린 로브를 보면서 오비완은 아나킨의 성장에 남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허나 또한 제자의 방에 들어설 때마다 본인의 실책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아나킨의 침대 맡엔 여전히 그날의 공병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빛을 직접 받아 변색됐음에도 아나킨은 그것을 늘 곱게 닦아 세워두었다. 덩달아 얼마 전 추락하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뛰어내리던 아나킨을 생각하니 가슴 속에 돌이 쌓인 듯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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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길렀던 아나킨의 브레이드는 한층 더 짧아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매번 길이가 달라지는 아나킨의 브레이드를 보며 우스갯소리로 '스카이워커는 브레이드가 짧아질수록 공을 쌓는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그 덕에 오비완의 죄의식은 더욱더 짙어질 따름이었다. 아나킨의 잘려 나간 브레이드의 대부분은 오비완을 구하려다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한때 오비완은 브레이드에 대한 아나킨의 애착이 줄어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손쉽게 애착하는 아나킨의 성정은 파다완 브레이드에도 적용됐다. 그것이 잘려 나갈 때마다 세상이 무너진 듯 우울해하곤 하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브레이드에 대한 집착이 옅어져 뎅강뎅강 잘려 나가도 더는 예전처럼 우울해지지 않고 시원하게 넘겼다. 대수롭지 않게 털어버리고 다시 기르는 데 집중했다. 그걸 보는 오비완은 아나킨이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여겼다. 하지만 그것 역시 다른 방향의 애착임에 불과한 것을, 이제는 오비완도 깨달았다. 그 시작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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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보다 어린 시절의 아나킨은 브레이드를 아주 소중히 여겼었다. 그런데 그리 열렬히 기르던 브레이드를 처음으로 몽땅 잘라먹은 날이 있었다. 그날의 아나킨은 뎅강 잘려 발밑으로 떨어진 브레이드 토막을 내내 손에 꼭 쥐고 다녔다. 오비완이 그것을 눈치챈 것은 한창 미션을 수행하던 중간이었다. 추적자들을 따돌리고 숨을 돌릴 무렵 어린 제자에게 농이라도 할 겸 아나킨에게 말을 걸었을 때, 제자의 눈에 짙게 깔린 우울함이 보였다. 그 시선을 따라가자 그제야 손끝이 하얘질 정도로 세게 움켜쥐고 있는 잘린 브레이드를 눈치챌 수 있었다. 오비완은 아이의 머리칼이 잘렸음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다시 주워들었을 것이라 상상도 못 했다. 물론 처음으로 잘린 브레이드니 속이 상할 법했으나 이리 상실감에 빠질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꽤 당황한 오비완이었지만 일단은 티를 내지 않으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무시무시한 눈으로 브레이드를 노려보던 아나킨이 금세 풀 죽은 눈빛이 되어 오비완과 시선을 맞췄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주먹을 제 손으로 덮어 천천히 펴주었다. 어찌나 세게 쥔 건지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비쳤다. 잘린 브레이드를 오비완이 가만히 거두어가며 제자의 풀린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별것 아니란다. 머리는 다시 기르면 돼. 이게 없어진다 해서 네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야. 아나킨, 네가 나의 자랑스러운 파다완임은 변치 않는단다.”

 

   “…그렇지만…”

 

   아나킨이 오비완의 손을 다른 손으로 덥석 잡아 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건 마스터가 땋아주신 거란 말이에요…”

 

   그 한마디는 오비완의 이면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소용돌이처럼 빠르고 깊숙이 파고들어 심장이 덜컹 떨어졌다. 먼저 느낀 감정은 이토록 사랑스러운 제자에게 감동한 충만한 애정이었으며, 다음은 아이의 깊은 애착이 자칫하면 집착과 반역의 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둘 모두를 무시하였다. 차마 어느 것 하나 선택하지 못하고 모른 척 감정을 덮었다. 대신 아나킨의 작고 까칠한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얼마든지 다시 땋아준다고 하지 않았니?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렴”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것이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복잡한 심경을 전혀 모른 채 행복하게 끄덕였다. 어린애다운 긍정적인 기운으로 히히 바람 새는 웃음소리를 냈다.

 

   미션을 성공적으로 끝낸 그들은 비행정에 올라 각기 휴식을 취했다. 명상하던 오비완의 머릿속에 연신 아나킨의 말이 맴돌았다. ‘마스터가 땋아주신 거란 말이에요’ 애정으로 똘똘 뭉친 아이의 사랑이 깊은 말. 오비완은 한숨을 길게 쉬며 눈가를 지그시 눌렀다.

 

   그것의 시작은 아나킨이 처음으로 브레이드라고 보일 법한 길이로 머리를 기른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아나킨이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어깨선을 아주 조금 넘어 제법 땋을 맛이 나는 모양인지 작은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거울을 보며 한껏 집중한 얼굴이 귀여웠다. 통통한 볼살에 꾹 다물린 입술이 꼭 아기 같아서 지켜보던 오비완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 소리에 아나킨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성질을 내었다.

 

   “마스터…! 왜 웃고 그래요!”

 

   아이처럼 툴툴거렸다. 아직 한참 아이긴 했지만 늘 어른인 척하는 아나킨이 딱 열두 살처럼 구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오비완은 터진 웃음을 멈추는 데 한참 걸리고야 말았다. 덕분에 뺨을 잔뜩 부풀린 아나킨은 대차게 토라져 이리저리 얼굴을 돌리며 눈을 피했다. 오비완은 어린 아나킨을 최대한 달래가며 겨우 땋은 브레이드를 살짝 쥐었는데, 아이가 만진 머리답게 삐죽삐죽 잔머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을 돌려세우고 동그란 숱을 곱게 흩트리며 차분히 물었다.

 

   “아나킨, 네 브레이드를 땋아주는 영광을 내게 줄 수 있겠니?”

 

   기분이 상한 아이를 위해 정중히 묻자 아나킨은 입술을 비죽였다. 하지만 곧 눈을 도르륵 굴리더니

 

   “마음대로 하세요!”

 

   라며 오비완에게 풀썩 몸을 기대오는 것이다. 아나킨의 무궁무진한 감정변화는 늘 갑작스러웠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오비완 역시 기분 좋게 아나킨의 머리칼을 빗겨주기 시작했다. 곱고 가는 금색 머리카락을 손안으로 모으고 세 갈래로 갈라 단정하게 땋아주었다. 모래처럼 반짝이는 예쁜 색이 뭉쳐지자 더욱더 어여뻤다. -다 됐구나. 오비완이 아나킨을 일으켜 거울 앞으로 데려갔다. 도토리처럼 짧은 머리에 귀 옆으로 내려온 앙증맞은 브레이드. 오비완은 그 끝을 꼬아 쭉 당겨 내리고 아나킨의 어깨를 토닥였다.

 

   “참 잘 어울리는구나! 아나킨”

 

   아나킨이 샐쭉 미소지었다. 만족한 듯 손을 꼬물거리다 브레이드를 잡은 오비완의 손등 위로 제 손을 꼭 겹쳤다.

 

   “…다음에도 땋아주시면 안 돼요?”

 

   “원한다면 얼마든지”

 

   어려운 것도 없는 부탁이라 오비완은 흔쾌히 응했다. 발그레 홍조가 피는 아이의 볼이 사랑스럽다. 사제는 서로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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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비완은 얼굴을 덮은 손을 치우고 일어났다. 로브 주머니를 뒤져 아나킨의 잘린 브레이드를 꺼냈다. 어렵게 기른 머리카락 뭉치, 아침마다 졸린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고 단정히 땋아주었더랬다. 모든 것이 어긋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오비완은 그 징조를 애써 무시했다.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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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상황은 언제나 오비완을 괴롭게 만들었다. 무엇 하나 놓지 못하는 아나킨의 성미는 날이 갈수록 오비완에 한해서 커져만 갔기 때문이다. 이번 임무에서도 역시, 꽉 붙들린 손을 보며 오비완은 제발 놓아달라 애걸을 했다. 이곳의 물길이 거세긴 했지만 쓸려나간다고 하여 오비완이 빠져나오지 못할 리가 없는 강이었다. 하류로 떨어지긴 하겠지만 일행들보다 조금 뒤처질 뿐, 그 이상의 위험은 없었다. 오비완은 제 손을 잡고 죽어라 버티는 아나킨에게 목이 터지라 놓으라고 외쳤다. 물방울이 튀어 흠뻑 젖은 아나킨의 머리카락은 이마를 죄다 뒤덮고 있었다. 뭍으로 올라가 대기 중인 클론트루퍼들도 당황하여 자신들의 상관을 빤히 바라보았다. 결국 오비완은 이를 악물고, 반대 손으로 아나킨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 순간, 아나킨의 표정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상실 같기도 했고, 증오 같기도 했으며, 분노가 뒤섞인 슬픔 같기도 하였다. 오비완은 물살에 떠밀려 쓸려가는 내내 아나킨의 비참한 표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스승과 제자는 진지하게 토로했다. 대부분 스승인 오비완의 일방적 피력이자 교화 시도였다. 고압적인 태도를 지우고, 최대한 진지하고 다정하게 달래가며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아나킨, 너는 놓을 줄 알아야 한다. 중한 것을 선으로 두어야 한다. 널 보고, 널 따르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네 손에 달려있는데 고작 나 하나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단다.’

 

 

   진심으로 설득하려 했다. 아나킨은 이번에도 묵묵히 고개를 숙일 뿐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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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오비완도 아나킨의 ‘애착’이 향하는 방향이 불특정한 것이 아님을 눈치채고 있었다. 제자가 애착하고, 집착하는 대상엔 언제나 한가지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 유일한 하나는 ‘오비완 케노비’ 바로 자신이란 것까지 말이다. 오비완은 그가 허락한 애착의 순간을 되짚으며 심장이 멎어버릴 듯한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입으로는 애착을 주의하라 훈계하고 행동으론 끝없이 여지를 주니 아이가 제대로 인지할 리 만무했다. 오비완은 답답한 가슴을 멍들도록 내리치며 자신이 만든 혼란에 뒤엉켰다.

 

과오의 기억들을 되집었다. 공병 하나를 굳이 집어 아나킨에게 돌려준 일, 브레이드가 잘려 속상한 아이에게 속좋게 어울려준 일, 매번 손을 잡아 오는 아이에게 거절 없이 맞잡아 주었던 순간들까지. 오비완은 자신의 허물이 그릇된 가르침을 주었을까 불안했다. 나의 부덕이 아이의 눈을 멀게 한 것이 아닌지, 몹시 겁이 났다.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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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완은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주 많다고, 아나킨은 생각했다. 오비완 케노비는 지혜롭고 강인했지만, 여전히 아나킨에 대해선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가 알았다면, 절대로 나를 근처에 두지 않았을 테니까. 아나킨은 그것이 나쁘지 않았다. 오비완의 곁에서 그를 바라보는 순간들이 유지될 수만 있다면 이대로도 좋았다. 내 욕망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나름의 귀여운 점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스승이 홀로 괴로워하는 것은 보기 힘들었다. 자기 자신을 탓하는 오비완의 나쁜 버릇은 시간이 흘러도 도통 나아지질 않았다. 아나킨은 오비완의 고뇌에 찬 목소리를 떠올렸다.

 

‘아나킨 너는 놓을 줄 알아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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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누가 무어라 해도 결단코 놓을 생각이 없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과거가 영향을 끼쳐 비정상적인 집착을 형성했을지도 모른다 여겼지만 실은 반대에 불과했다.

 

   사실 어느 쪽이 정상이든 상관없었다. 아나킨은 오비완과 '집착'에 대한 가르침으로 감정이 격해졌던 날을 기억했다. 평소보다 엄격한 스승이 아나킨과 눈을 똑바로 맞추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 마음이 다정함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하는 것은 제다이의 필수 덕목이자 온전히 받아들여야 할 가르침이다.’

 

   오비완이 매섭게 설교했다. 항상 입을 다물던 아나킨도 그날만큼은 달랐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제자는 당돌한 눈빛을 번뜩이며 물었다.

 

   “그럼 마스터도 저를 버릴 수 있나요?”

 

   그러자 오비완은 진정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처럼 순수하게 되물어왔다.

 

   “어찌 그런 소리를 해? 너와 나는 다르지 않으냐. 너와 나의 가치는 달라. 너처럼 귀한 아이를 어찌 버리느냔 말이다.”

 

   정말 쓸데없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난색을 보였다. 들을 가치도 없는 질문 이란 듯 손사래를 치고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런 오비완의 태도에 아나킨의 입술이 또 한 번 굳게 다물렸다. 무언가 완전히 잘못된 것만 같았다. 어딘가 단단히 망가진 듯한 느낌. 아나킨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주먹을 꾹 쥐었다. 순간, 오비완이했던 무수한 희생들이 떠올랐다. 한참 어렸던 아나킨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독을 삼키던 오비완, 적에게 붙잡힌 아나킨의 구출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놓고 거래하던 오비완.

 

   아나킨이 훤칠한 소년으로 자란 지금까지도, 오비완은 제자의 집착이 정확히 무엇으로 인해 기인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상하게 본인에 관해 눈치가 없는 그는, 대충 아나킨이 오비완을 애착한다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지 어찌하여 시작된 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 때문에 아나킨의 집착은 배가 되었다. 아나킨의 어린 시절, 스승의 너른 등은 태산같이 강인해 보였으나 날이 갈수록 그것은 크기와 달리 너무나 가볍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든 아나킨만 홀로 두고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 어린 손을 잡아주다가도 바로 자기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람. 오비완은 자신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맹목적으로 아나킨에게 헌신하며 가르치고, 제다이의 규율을 따른다. 그렇게 오비완은 너무도 쉬이 자신을 놓아버리곤 했다.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흐릿한 스승. 오비완을 붙잡아 두기 위해 아나킨은 무던히 노력했다. 작았던 손이 오비완의 것만큼 커질 무렵에 더욱 집착적으로 스승의 손을 붙잡았다. 나마저 당신을 놓으면, 누가 당신을 잡아줄 수 있을까.

 

   그 때문에 아나킨은 얼마든지 철없는 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집착과 애착이 너무 강해서 스승을 놓지 못하고 쩔쩔매는 어린 파다완을 흉내 내기는 쉬웠다. 당신이 준 모든 것들이 내게 소중했지만, 그 어떤 것도 오비완 만큼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아나킨은 일찍이 깨달았을 뿐이다. 아나킨은 몇 번이나 홀로 다짐했다.

 

   내가 놓을 줄 모른다고 생각해도 좋아. 감정에 휘둘리는 어린애로만 보아도 상관없어. 나만은 절대로 당신을 놓지 않을 테니까. 당신의 손을 절대 놓지 않을 거야.

 

   가능하다면, 평생 오비완의 곁에서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오비완을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있는 힘껏 손을 붙잡고 싶다. 다만 그 날처럼 쉬이 놓지 않을 것이다. 당신을 이곳에 붙들어두는 단 하나의 닻이 되어 영원토록 정박시키고 다시는 떠나지 못하도록 내 곁에 두고 싶었다.

 

   그리고 아나킨에게는 얼마든지 그럴 능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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